분단을 넘어

정조문의 항아리
서울노인영화제 2019-05-03 오후 14:06:19
info 2015/99min 
감독 황철민 

 

 

재일동포 1세인 정조문 선생은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다. 고향은 남한이고 이념적으로는 북한에 가까웠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조 선민족은 하나 된 조선에서 살아야한다는 신념의 소유자였다.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으로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 조선 문화를 연구하고 조선 문화재를 수집한 이유 역시 그의 민족주의적 신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총련으로부터 종파주의라는 비난과 함께 사업 중단 압력을 받았을 때, 그는 내가 뭘 어쨌다는겁니까?”라고 절규하며 나라와 민족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이때 그의 동료는 답한다.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 때문에 울었다는 것은 압니다.” 그랬다. 그는 63년을 일본에서 살면서 죽 을 때까지 분단된 조국에 가지 않았다. “육신의 형제가 분단된 38선 양쪽에 살면서 고향인 남쪽으로 가면 북조선을 갈 수 없고 북조선을 가면 남쪽을 갈 수 없는 부조리한 현실이 너무 싫어서그는 어느 쪽에도 가지 않기로 했고, 대신 일본에 건립한 작은 미술관에서 조국을 찾아 통일된 좋은 시대 고려를 기리고 자 했다. 그의 평생의 사업인 고려미술관이 탄생한 배경이다.

민족, 조국. 정체성이란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어려운 논쟁이다. 누군가는 정조문의 근본적인 민족주의, 통일주의자로서의 실천 에 대해 비판적일 것이다. 그의 근본주의 철학에 거부감을 느끼 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식민지의 백성으로서, 식민모 국에서 숱한 차별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온 이가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모든 것을 걸 때, 우리는 그 이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그 행위 자체에서 일종의 숭고미를 느낀다. 이 영화는 그러한 위치를 취한다. 영화는 시대와 불화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산 한 인간을 향해 존경의 예를 바친다. 그 외의 것은 관객 각자 의 방식으로 수용할 몫이다.

 

 

 

 

<감독>

황철민

베를린 영화방송아카데미를 졸업했고, 졸업작품 퍽햄릿(1997)은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주요한 작품으로는 각종 영화제에서 초청, 수상했던 프락치(2004),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2009), 나팔꽃(2012), 죽지않아(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