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초청 1

침묵
서울노인영화제 2019-05-03 오전 11:41:01
info 2016/100min 
감독 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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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박수남 감독이 만든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영화다. 올해 81세의, 재일교포(박수남 감독은 스스로를 재일교포로 불리기를 원한다) 2세 박수남 감독은 평생 위안부, 원폭 피해, 오키나와 전쟁, 강제 징용 문제 등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해왔다.

 

영화 <침묵>은 크게 두 축으로 전개된다. 한 축은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던 오키나와의 배봉기 할머니로부터 1996년 국민기금(아시아 여성기금) 반대투쟁까지의 이야기다. 또 다른 축은 2014년 박수남 감독이 한국을 찾아 생존해 계신 속리산의 이옥선 할머니를 만나고 인터뷰하는 이야기다. 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나 일본에서 수많은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던 박수남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기와 같다고 생각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언니(실제로 감독은 이들을 언니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들을 기록하고 영화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본을 들썩였던 하지만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투쟁과정을 밀착해 기록한 이 소중한 영상에는 일본의 사죄, 국가의 법적 배상, 재발방지 대책 등의 구호만큼이나 소중한 사람(할머니들)’이 먼저 보인다. 일본에 와서 일본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감독의 집 피아노 밑에 숨어 지냈다던 하수임 할머니가 당차게 발언을 하시는 모습에서, 전쟁 당시를 증언하려 하면 말문이 막혀 아무 이야기도 못 하시던 유복선 할머니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시는 모습에서, 분에 못 이겨 실신하시기를 거듭하시던 이옥선 할머니가 일본의 고등학생들과 장난치고 함께 하는 모습에서, 영화 제작자가 만들어 내고 있는 일방향적인 대의가 아니라 영화 속 인물, 사건, 상황, 증언들이 스스로 이야기가 되어 만들어 내고 있는 큰 의미의 실천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인지 90세의 이옥선 할머니와 81세의 박수남 감독이 손을 잡고 걸으며 수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뒷모습이나 이어지는 2015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만적인 한일합의에 대한 자막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나의 문제로 가져오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담담하게 풀어내는 영화 속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 순간 그 이야기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그 순간을 경험해보기 바란다. <침묵>은 그렇게 크고 깊은 영화이다. (문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