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초청 2

할머니의 먼 집
서울노인영화제 2019-05-03 오전 11:42:15
info 2015/92min 
감독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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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준비하던 손녀는 멀리 화순에 계신 할머니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손녀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엄마 배에서 나온 순간부터 할머니랑 1cm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했던 껌딱지 손녀는 다정한 할머니가 갑자기 그런 식으로 자신을 떠나려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할머니가 못 떠나게 하려고, 그리고 할머니와 같이 있고 싶어서 손녀는 할머니 곁에 머물며 할머니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당 쓰는 할머니, 밥 차리는 할머니, 화분에 물주는 할머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할머니

 

손녀의 카메라에 담긴 사랑스럽고 다정한 할머니의 모습들은 모두의 기억 속에 조금씩 스며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끌어내어 세상의 할머니들의 나날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삶의 기쁨과 슬픔, 노년의 삶, 그리고 노년을 얘기할 때 필연적으로 거론되는 묵직한 문제들이 할머니와 가족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올라온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급작스런 외삼촌의 죽음 후 홀로 남은 할머니를 손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요양원에 보내자고 말한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에 나날이 쇠약해지는 할머니를 위해 손녀는 영양제를 맞춰 드리지만 엄마는 할머니가 빨리 할아버지 곁에 가게 해달라고 말한다. 사사건건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는 엄마의 모습은 처음엔 다소 매정해보이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깊은 진심이 드러난다. 모두가 할머니를 깊이 사랑하지만 그들 각자의 의견은 다르다. 그래서 할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할머니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은 그만큼 노년의 삶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단순하지 않음을 확인시킨다.

 

가자 인자. 깐닥 깐닥. 구경 잘 했다.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

 

집 근처 가까운 저수지를 구경하고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며 하셨던 말씀처럼 삶은 어디 먼 디 구경 온 놈 맹이로세상 구경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삶의 황혼길을 담은 이 영화 또한 우리에게 같은 의미를 선사한다. 그렇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탄생했다. (류미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