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제17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올해의 개막작으로 옐레 더 용어 감독의 <메모리 레인>을 선정하였다.
영화는 오랜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은 50년 지기 노부부가 예정에 없던 긴 여행을 떠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로드무비로 노년의 삶이 결코 끝이 아닌, 여전히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는 섬세한 시간임을 깨닫게 한다. 냉소적이고 무기력한 남편 야프, 삶의 열정을 포기하지 않은 아내 마르체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서로에게 익숙해져 버린 노인들이다. 그러나 방랑하는 길 위에 진정한 스승이 있듯 고물차를 끌고 함께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완성된다. 치매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와 노년이 가진 불안과 외로움 또한 내포하고 있지만, 두 인물이 쌓아온 깊은 신뢰관계 그리고 대화 사이에 머무는 위트있는 웃음은 이 모든 것을 삶의 이름으로 완성하는 미덕이 된다. 네덜란드의 연기파 배우 마르틴 판 바르덴베르흐와 레니 브레더벨트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메모리 레인>은 우리 삶 한켠에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선사하는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