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노인영화제 심사평
2016-10-26 오후 13:46:32


 2016년 노인영화제에서는 5명의 심사위원이 본선에 오른 39(노인섹션 20, 청년섹션 19)의 작품들을 심사했습니다. 저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섹션 별로 대상 한 작품, 우수상 한 작품, 그리고 장려상 두 작품, 즉 총 8편의 작품을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내용과 형식을 취한 영화들을 보는 동안, 노인섹션과 청년섹션 각각이 공유하는 어떤 흐름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인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청년섹션에 속한 영화들 대부분이 우울하고 쓸쓸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면, 노인섹션에 선정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로 지탱되고 있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인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아마도 청년섹션의 감독들은 노인이라는 화두를 자신들이 직접 당면한 세계가 아니라, 부모들의 이야기 혹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직은 노인의 삶을 바라보는위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들이 그려낸 노인들의 현실이 다소 작위적이고 획일적이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노인의 삶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노인들의 현실에 젊은 세대의 고민을 함께 새겨두는, 즉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시도하려는 작품들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한편, 노인섹션에 선정된 영화들은 지금, 노년의 감독들이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며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영화 만들기는 자기 삶을 긍정하는 즐겁고도 도전적이며 절실한 방식처럼 보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청년섹션에 비해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질지라도 이들의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강한 활력에 종종 매료되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희가 수상작으로 선택한 영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인 부문 대상은 서영숙 감독님의 <청춘꽃매>입니다. 이 영화는 현장의 즉흥성과 등장인물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 불러일으킨 생기로 가득합니다. 치매에 대한 영화의 접근이 우려스럽다는 견해들도 있었지만, 결국 저희는 정제되지 않고 펄떡이는 영화의 에너지와 카메라 앞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행복하게 놀 줄 아는 여성들의 에너지를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우수상 수상작은 조성선 감독님의 <덕포진에 피어난 연리지 부부의 사랑>입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내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남편의 절절한 사랑도 아름다웠지만, 그들의 관계와 일상을 담아낸 영화의 태도가 매우 열정적이고 성실하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를 했습니다. 장려상은 조정행 감독의 <방석>과 호재희 감독의 <변화하는 창신동의 어제와 오늘>에게 돌아갔습니다. <방석>은 불행한 결혼생활을 지나 상처를 극복하고 뒤늦게 다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영화적 만듦새의 유려함으로 저희를 놀라게 했습니다. <변화하는 창신동의 어제와 오늘>은 특별히 극적인 순간 없이, 형식적으로 멋을 내지 않고도 자신의 터전에 대한 애정을 정직하고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저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청년 부문 대상은 강지숙 감독님의 <깊고 오랜 사랑>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두 여인의 깊고 오랜 사랑과 그 끝의 비극과 슬픔을 자기만의 호흡으로 따라갑니다. 그간 저희가 봐왔던 나이 든 여인들에 대한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낯선 소재지만, 그 소재를 낯설게 바라보지 않고 자연스럽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영화적 태도가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수상은 박상현 감독님의 <>입니다. 고독사의 문제를 전면화하는 이 영화는 비참한 죽음만을 다루는 대신, 유품 정리를 직업으로 삼은 청년의 현실에도 시선을 두면서 어두운 현실이지만, 작은 온기라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장려상 수상작들은 김지은 감독의 <>과 김석영 감독의 <연애>입니다. <>은 여성 3대가 한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미묘한 마음과 그로 인한 고요한 갈등을 별다른 사건 없이도 꼼꼼하게 포착해내고 있습니다. <연애>는 심사 과정에서  본 작품들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영화로 그간 사회가 피해왔던 노인 성매매와 안락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39편의 영화들을 보며 저희 심사위원들은 또한번 많이 배웠습니다. 단 여덟 편에게만 수상의 기회가 돌아간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수상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출품해주신 모든 감독님들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서울노인영화제 본심 심사위원> 


권중돈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남다은 (영화평론가)

맹수진 (영화평론가) 

배숙경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장)


<2016 서울노인영화제 수상작>


대상 : 노인부문 <청춘꽃매> 서영숙, 청년부문 <깊고 오랜 사랑> 강지숙 


우수상 : 노인부문 <덕포진에 피어나는 연리지부부의 사랑> 조성선, 청년부문 <섬> 박상현


장려상 : 노인부문 <창신동의 어제와 오늘> 호재희, <방석> 조정행 

             

             청년부문 <짐> 김지은, <연애> 김석영 


노인관객심사위원상 : <나의자리> 문지원


청년관객심사위원상 : <파양> 박일 


관객상 : <박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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